그랑핸드

그랑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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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le. 모들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비에 젖은 공원은 갑자기 나타난 햇살로 숨죽이며 반짝거린다. 한 달에 하루, 이곳에서 함께한 그 사람과의 인연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날짜에 여기에 오는 것이 나만의 작은 취미가 되었다. 정자에 앉아 바라본 공원은 저 멀리 강 맞은편의 높은 빌딩 숲으로 물러난 비구름과 대비되어 아침인지 노란 해 질 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Weimar. 바이마르

비슷한 옷차림과 취향,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대화들. 영화 속 존 말코비치처럼 똑같은 얼굴들로 가득 찬 연회장에서 현기증을 느낄 때쯤, 저 멀리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발견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존재감을 지우려는 듯 더 크게 웃었다. 강한 끌림과 미묘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등을 돌려 타인과의 의미 없는 대화에 힘겹게 집중했다.

Soie. 수아

이름이 호명되자 박수와 환호 사이에서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천천히 일어났다. 생각보다 앳된 얼굴의 그녀는 우아한 미소로 주변을 향해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단상을 향한 걸음은 절제되었지만 당당했고, 차분한 목소리는 결핍을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입은 옷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갑주처럼 보였다. 다시 돌아온 그녀는 나를 향해 생긋 미소 지으며 너무 떨렸다는 말과함께 자리에 앉았다. 날 알지도 못하면서.

Marne. 마르네

도시와는 달리 낮은 건물들과 그 뒤로 완만하게 펼쳐진 능선, 빠르게 지나쳐 더 아쉬운 좁은 골목들, 차창 틈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낯선 공기. 해가 지기 전 이 풍경 속으로 녹아들고 싶은 마음에 숙소로 향하던 차를 갓길에 세우고 느리게 걸어본다. 발길 닿는 곳으로 걷다 도착한 능원에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예찬하고 있다. 적당한 크기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찾아 그 아래 자리를 잡는다. 바빴던 일상의 기억은 금세 둔해지고 바람이 닿는 살갗이 기분 좋게 저려온다.

Store

오프라인 스토어는 그랑핸드가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이 담겨있는 공간입니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과 경험이 됩니다.

그랑핸드 & 콤포타블 커피 서교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09-7

그랑핸드에서 가장 최근 오픈한 서교점은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조용히 어우러진 동네로,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그랑핸드와 콤포타블을 처음으로 독립된 한 공간에서 함께 선보이는 이 곳 서교점은 '머무는 즐거움'에 집중했습니다. 마당이 딸린 2층 단독주택으로 마치 누군가의 저택에 놀러온 듯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감상하고, 쉬었다 갈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